인권) 시각장애인 200명 “키오스크 차별” 법정싸움
시각장애인 200명이 키오스크(KIOSK) 이용에 차별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은 물론, 5개 기업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참여연대 등은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며 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코로나 19 여파로 키오스크와 비대면 단말기 등이 음식점과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4~6월 서울 시내 공공·민간 키오스크 230대를 실태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음성지원 등이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 이용이 불편했다.
이에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 시각장애인 200명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준수해 인권위 진정 및 법원 소송까지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모든 키오스크 장애인 접근성 보장하라', '답답하고 짜증나는 키오스크! 혼자서도 결제하고 싶다' 등이 쓰인 피켓.ⓒ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내 모든 키오스크 장애인 접근성 보장하라', '답답하고 짜증나는 키오스크! 혼자서도 결제하고 싶다' 등이 쓰인 피켓.ⓒ에이블뉴스
인권위 진정 대상은 행정안전부장관, 서울시장, 법원행정처장, 서울대병원장 등 총 9개 공공기관장이다.
또 손해배상소송은 패스트푸드점과 무인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5개 기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원고들은 해당 기업들이 제공하는 키오스크에 전맹 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기능이 전혀 없으며, 화면확대 기능이 있더라도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주변인 도움 없이 시각장애인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형식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위해 키패드, 점자라벨, 음성안내. 화면 확대 등의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왼쪽부터)소송대리인 오정미 변호사,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정한 소장,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왼쪽부터)소송대리인 오정미 변호사,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정한 소장,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에이블뉴스
소송대리인인 오정미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정당한 편의제공이라는 것은 주변인의 도움 없이 시각장애인 스스로 인식하도록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면서 “지속적으로 키오스크 접근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차별에 대해 법원과 인권위 판단을 구하고 적극적 구제조치를 구하기 위해 소송과 진정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정한 소장은 " 키오스크는 유리벽과 같아서 애원하고 외쳐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은 3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 얼마나 더 바뀌겠냐. 시각장애인들의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소송 원고로 참여한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점점 비대면이 되니, 시각장애인들은 고립되고 무능해졌다. 집앞에 편의점이 있어도 물건 하나 못 사는 이상한 사회"라면서 "지금도 충분히 기술로서는 가능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소비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소장은 피소당한 5개 기업들을 향해 "원고, 피고로 맞서는 소송이 아닌, '이런 불편함이 있구나. 바꾸면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나아지겠구나' 하는 자세로 임했으면 한다"면서 "이기냐 지냐가 아닌, 시각장애인들도 소비자로 보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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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